흡연자가 라돈에 노출될 경우 폐암 발생 위험도가 비흡연자에 비해 40배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라돈 농도가 높은 건물에 라돈가스 저감장치를 설치해도 환기를 게을리 하면 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라돈 담배, 폐암 위험 최대 40배=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15일 공개한 ‘생활환경 중의 방사선 영향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담배와 라돈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폐암 발생률을 크게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돈에 자주 노출된 미국 광산 근로자 연구를 근거로 폐암 발병 추정치를 산출한 결과, 흡연자가 라돈에 노출될 경우 비흡연자에 비해 폐암 발생 가능성이 40배 이상 높았다. 라돈에 노출되지 않은 비흡연자의 폐암 위험도를 1로 봤을 때, 라돈 농도가 300㏃/㎥인 가옥에서 10년간 거주시 비흡연자의 폐암 상대 위험도는 1.06이었다. 반면 하루 25개비의 담배를 태우는 남성이 같은 환경에 노출되면 상대 위험도는 42까지 증가했다.
라돈은 폐암을 유발하는 1급 발암 물질로 분류돼 있다. 가스 형태인 라돈은 호흡을 통해 체내에 축적되면 알파선을 방출해 폐암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 여기에 흡연까지 하면 담배연기와 라돈 입자가 상승작용을 일으켜 폐에 흡착되는 비율이 크게 높아진다는 것이다.
국내에는 충북 괴산이나 경북 봉화, 울진 등이 라돈 농도가 높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지역의 평균 라돈 농도는 300㏃/㎥ 수준이다. 대도시는 지반의 직접 영향을 받는 1층짜리 주택보다는 아파트가 많아 라돈 가스 노출량이 적다. 하지만 이 경우라도 환기가 안 돼 유입된 라돈 가스가 배출되지 않으면 농도가 높아질 수 있다. 단국대 의대 하미나 교수는 “라돈 농도가 높은 곳에서 담배를 피우게 되면 폐암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고 평가했다.
또 안전기술원이 지역별 라돈 농도, 폐암 사망률 등을 토대로 예비역학조사한 결과, 성인 남성의 경우 라돈 농도가 50㏃/㎥ 증가하면 8%, 100㏃/㎥ 증가하면 11% 폐암 발생률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남성의 경우 호흡률이 크고 위해물질 노출도가 높아 폐암 발병률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라돈 저감장치도 환기 안 하면 무용지물=라돈가스는 화강·편마암 지반의 건물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라돈가스가 발생장소에 저감장치를 설치하더라도 환기를 자주 시키지 않으면 오히려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기술연구원이 2010년 12월 14일부터 3일간 충북 단양군의 한 초등학교에서 저감설비가 설치된 행정실과 설치가 안 된 교무실의 라돈 농도를 라돈 연속측정검출기(RAD7)로 측정한 결과, 저감 효과는 별로 없었다.
측정 결과 라돈 저감장치가 설치된 행정실의 평균 라돈 농도는 633±294㏃/㎥이었다. 오히려 저감장치가 없는 교무실의 평균 라돈 농도(489±222㏃/㎥)보다 높았다. 연구를 수행한 장병욱 책임연구원은 “저감장치를 설치한 뒤 적절한 환기를 하지 않아 오히려 실내 라돈 농도를 증가시키는 역효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갑상선암 치료제인 요오드 하천에 배출=한편 갑상선암을 제거하기 위해 치료제로 활용되는 요오드-131이 환자의 소변을 통해 하천에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이 2008년 6월 대전시 소재 한 병원에서 갑상선암 환자에게 투여한 요오드-131 방사능량을 바탕으로 방출수를 분석한 결과 미미한 양이지만 최대 1.40㏃/ℓ의 요오드-131이 검출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음용수 기준 요오드-131 검출량을 10㏃/ℓ로 권고하고 있다. 요오드-131이 다량 체내에 흡수돼 갑상선에 축적되면 갑상선 기능 손상이 우려된다. 장 연구원은 “환자에게 투여한 요오드-131이 배설물을 통해 생활하수로 배출될 수 있어 하수처리장 종사자의 피폭 예방 조치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